들어가기에 앞서
※ 이 글은 '비구이형성증' 진단을 받은 한 개인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전문적인 의료적 지식은 아니니, 정확한 소견과 치료 방향은 전문가의 소견을 꼭 참고하세요.
이해를 위해 이전 이야기를 보고 오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비구이형성증, 12년 동안 나를 괴롭힌 고관절 통증의 원인을 찾은 이야기
비구이형성증, 12년 동안 나를 괴롭힌 고관절 통증의 원인을 찾은 이야기
오른쪽 고관절, 지긋지긋하게 저를 오랫동안 괴롭혀 온 존재였습니다. 어릴 때는 아무 문제 없이 크다가, 처음 불편함을 느꼈던 시기는 20대 초반으로, 가방을 한 쪽으로 매고, 높은 힐을 자주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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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이형성증,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요?

기본적으로 고관절을 덮고 있는 뼈인 비구가 작아 허벅지뼈의 머리부분 (대퇴골두)와 충돌을 일으키기 때문에 비구가 작은 쪽의 사타구니쪽에 통증이 있습니다. 점차 그 정도가 심해지면 연관된 쪽의 무릎, 발목 등의 관절에도 피로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고관절에서 정상적으로 힘을 잡아주지 못하니, 힘을 끌어다 쓰는 거죠.
양반다리가 안되거나, 바깥으로 다리를 벌리는 동작에서 불편함을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제 경우는 양반다리는 잘 됩니다.)
보통 선천적으로 뼈 자체가 덜 형성된 경우로, 그 정도가 심하면 어릴 때 발견되기도 하나 심하지 않은 경우 성장 과정에서는 모르고 살다가 나이가 들며 자연히 지속적으로 관절의 부담이 쌓이다가 빠르면 20대 중후반에 증상을 발견하기도 하는데요, 지속적으로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 증가로 퇴행적 변화, 즉 관절염이 후속 진행될 수 있습니다. 심하면 무혈성괴사까지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저 역시 어릴 때는 전혀 불편함을 못 느꼈지만, 20대 초반부터 간헐적으로 오른쪽 고관절이 불편했고, 30대 초반에 이르러 비구이형성증 진단을 받았으며, 관절염이 진행되기는 했으나, 그 정도가 심하지는 않습니다.
비구이형성증, 어떻게 치료하나요?
병원에 가서 비구이형성증 진단을 받으셨다면 크게 두 가지 방향에 대한 설명을 들으셨을 거예요.
첫째, 보존적 치료
병의 진행 상태가 심하지 않거나, 일상 생활에 심하게 영향을 주고 있지 않다면 수술을 고려하기에 앞서 생활 습관 개선, 경구용 진통제, 주사치료 등으로 증상 완화가 되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쪼그려앉거나 바닥에 앉는 좌식 생활을 가급적 지양하고, 달리기, 걷기, 등산 등 고관절을 굽히는 동작이 많은 활동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신에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하죠. 하체 근력 강화 운동을 통해 하체 근육량을 늘리고 올바른 움직임을 계속해서 몸에 알려주어야 합니다.
원래 저는 봄이나 가을처럼 뛰기 좋은 날씨에는 러닝을 즐겼고, 걷기를 꽤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더이상 생활 걷기 이상의 운동은 하지 않고 있답니다. (슬픔)
둘째, 수술적 치료
수술 방법에는 인공관절, 관절경, 절골술 등이 있고 관절경, 절골술은 환자 개인마다 시행 가능할 수도,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중 인공관절이 가장 최종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인데요, 젊은 나이에 수술을 받게 되면 생애 주기 동안 재수술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가 간 병원에서는 의사마다 재수술 확률에 대해서 약간의 견해 차이를 보이셨습니다. 요즘 나온 세대는 충분히 튼튼해서 거의 재수술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신 분도 계시고, 재수술 확률에 대해 충분히 검토해보고 결정하라고 하신 분도 있었어요. 이 부분 때문에 수술적 옵션을 너무 젊은 나이에 선택하는 것은 망설여졌습니다.
수술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므로, 신중해야 하는 것이 맞고요.
개인적으로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 습관들
처음 진단을 받았던 게 올해 2월 즈음이었고, 어느덧 6개월이 흘렀는데요.
현재 저는 통증을 느끼는 빈도나 정도가 많이 줄어들었음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3분만 걸어도 아팠었는데, 일상생활에서 걸을 일이 있을 때 큰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까지 (Max 약 1시간) 좋아졌어요. 제가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느낀 습관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통증이 있는 저녁에는 온찜질하기
여전히 저녁만 되면 약하게 욱씬거리는 통증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더 이상 이 문제 때문에 하루 종일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데요. 그 이유를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몸은 하루 24시간 똑같은 상태가 아니고, 생체 리듬에 따라 호르몬에 변화가 있는데, 하루 주기를 맞추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멜라토닌'은 24시간 동안 분비 농도가 달라집니다.

그 중에서도 면역 체계의 기능과 염증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코르티솔'은 낮 동안에 많이 분비되고, 저녁이 되면 감소하는데요. 이로 인해 저녁이 되면 염증 반응이 높아져 낮에 비해 더 아플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욱씬거리는 통증이 느껴지는 저녁에는 전기장판을 켜고 고관절 부위에 대고 온찜질을 해주곤 합니다. 요즘같이 더운 날, 전신을 덥히는 큰 전기장판이 아니라, 찜질용 작은 전기장판을 이용해서 말이죠.
열감이 있을 때는 '냉찜질', 열감이 없을 때는 '온찜질'이 좋다고 하는데요, 갑자기 염증이 심해지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 호르몬 감소로 인한 통증의 증가이기 때문에 열감은 없는 경우이고, 저의 경우 효과가 있었습니다.
근력운동하기: 트레이너에게 내 증상 정확하게 설명할 것!
현재 저는 집 근처 PT스튜디오에서 1:1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혼자서도 10년 이상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해와서 웬만한 하체 근력 운동 다 할 줄 알지만, 운동을 할 줄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통증이 없는' 운동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서 퍼스널 트레이닝을 선택하게 되었는데요.
트레이너를 선택하기 전 여러 명과 상담을 진행해보니, 생각보다 '비구이형성증'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이 질환을 들어본 적 없는 사람에게 내 몸을 맡겨도 될지 걱정이 되었죠. 그렇다고 이미 들어본 바 있는 사람을 굳이 찾아서 집에서 멀리 가게 되면 '이동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오히려 '운동 효과'보다 클 것 같아 걱정되었고요.
그래서 저는 집에서 가까운 PT스튜디오를 선택하되, 비구이형성증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드렸습니다. 그 동안 병원을 다니면서 얻은 정보, 인터넷에서 스스로 학습한 정보들을 정리해서요. 최대한 운동 지식을 가진 분이 이해할 수 있도록이요.
트레이너 분께서는 설명을 듣더니, '솔직히 자신은 없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공부해가며 통증 완화에 도움드려보겠다'고 하셨습니다. 솔직하게 말씀을 해주셔서 오히려 믿음이 갔는데요, 완벽하게 통증을 없애는 게 목표가 아니라 '통증 완화'라는 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하는 것을 보고 믿음이 갔습니다.
약 20회 이상 운동을 함께 진행했는데, 최근에는 오랜만에 정말 아무런 불편함 없이 '쾌적하다'는 느낌을 받은 날도 있었을 만큼 좋아졌습니다. 몸이 좋아진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전문적 운동적 지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제가 만나봤던 다른 트레이너와 다르다고 느꼈던 부분이 세 가지 있었는데요.
1. 통증이 심한 날에는 컨디셔닝 마사지를 해줍니다.
운동을 함께 시작했던 초반에는 주 1회 컨디셔닝 마사지로 한 시간을 꽉 채워 진행했고, 이후 점차 주기를 줄여나갔어요. 최근에는 거의 운동 위주로 진행을 하다가 '방광염'이 생긴 이후로 다시 통증이 나타난다고 말씀드리니, 컨디셔닝 마사지를 해주셨어요. 제 몸 컨디션에 따라 저희가 처음에 계획했던 목표인 통증 완화에 집중할 줄 아셔서 너무 좋았습니다.
2. 메인 운동 전에 기능성 트레이닝을 항상 프로그램에 포함시킵니다.
주로 스텝박스나 밸런스 볼을 이용한 기능성 트레이닝을 꼭 10분 이상 선행하여 진행했는데, 개인적으로 이게 혼자 운동할 때와 전문적인 운동 지식을 갖춘 사람이 짜준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따를 때의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혼자 운동할 때는 기능성 트레이닝은 거의, 아니 아예 생략하고, 워밍업-그날의 주 근육 근력 운동-스트레칭 루틴을 고수했거든요. 기능성 트레이닝을 진행한 후, 메인 운동을 했을 때 동작이 훨씬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나온다는 것을 체감했고, 운동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점차 고관절 움직임이 편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요즘엔 혼자서 운동할 때도, 꼭 기능성 트레이닝 2-3가지를 포함하여 루틴을 구성하고 있어요.
3. 절대 하체 운동을 무리하게 시키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고관절이 불안하다 보니까, 하체 운동은 상체 운동보다 훨씬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상체 운동은 인정사정없이 시키시는..) 몸매를 만들고자 하는 목적에서는 약간 아쉽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물론 있어요. 혼자 운동할 때는 훨씬 강도를 높여서 운동했으니까요. 하지만 괜히 욕심을 냈다가 탈이 나면 안되는 법이니, 제 근육이 고관절을 버텨줄 때까지 차근차근 천천히 갈 생각입니다.
많이 걷거나 서있는 날에는 미리 진통제 복용하기
살다보면 반드시 많이 걷거나 서있어야 하는 날도 있기 마련이죠. (회사에서 단체로 등산을 간다든지, 이사하는 날이라든지) 병원에서 처방받은 일주일치 소염진통제를 항상 구비해놓고 있어요. 재활의학과 의사분께서 몸에서 큰 뼈라 진통 효과가 오기까지 오래 걸리니, 이런 날에는 미리 복용하라고 하시더라고요. 무작정 통증을 참으면 오히려 통증을 느끼는 순간부터 보상작용으로 몸을 올바르게 움직이지 않게 되고, 증상을 더 심화시킬 거라는 얘기와 함께요. 경구적 치료는 가급적 피하려고 하지만, 통증이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날에는 괜히 무식하게 버티지는 않아요.
하체 근육 폼롤러 마사지 자주 해주기

저는 하체 뿐만 아니라, 최소 하루 한번, 30분 이상 폼롤러 마사지를 꼭 합니다. 특히 하체 피로도가 심한 날은 하체만 집중해서 30분 이상 꼼꼼히 폼롤러 마사지도 하고, 스트레칭도 해주는데요. 이 때, 고관절 주위만 풀면 안됩니다. 장요근, 내전근, 대퇴사두근, 이상근, 대둔근 등, 골반 주변에 붙어 있는 근육 모두를 풀어줘요. 컨디셔닝 마사지 받을 때에도 하체 주변 근육 모두 푸는데, 저의 경우 특히 내전근과 이상근이 많이 뭉쳐있더라고요. 각 근육들을 왜 풀어야 하는지는 조금 더 공부를 해서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써보도록 할게요.
부드러운 것, 단단한 것, 두꺼운 것, 얇은 것 등등 폼롤러를 종류별로 모으다 보니, 4가지나 있는데요. 그 중 반달 모양으로 생긴 건 웨이브베개라는 SNPE 운동 도구인데, 굉장히 단단하여 구석구석 풀기 너무 좋아요.
가정용 저주파 마사지기 활용하기
이건 가장 최근에 추가한 방법인데요. 정형외과 물리치료 중 통증 부위에 전극패드를 붙이고 마사지하는 게 꽤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한번 사봤습니다. 굉장히 시원하고 즉각적 통증 완화 효과 있어요. 비단 비구이형성증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현대인들에게 필수템일 것 같네요!
건강한 식단하기
가공식품과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으면 염증 수치 상승에 영향을 줍니다.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깨달은 바 중 하나가 있는데요, 우리 몸은 유기체이고, 어느 하나가 망가지면 다른 것에도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사실입니다. 식습관은 사실 즉각적으로 체감할 만한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요소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리 몸에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주고, 어느새 눈덩이처럼 그 문제가 불어나 분명히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비단 이 문제 때문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건강 이슈가 있다면 식습관 개선은 더더욱, 미룰수록 쌓인 숙제만 커질 뿐인 것 같습니다.
글을 마치며
쓰다보니, 무려 2시간이나 흘러 있네요. 써놓고 보니, 대단히 아픈 환자 같은데요.. 그건 아니고요. 이제는 충분히 일상생활 가능하고 건강하답니다. 한동안은 삶의 질이 정말 너무 너무.. 떨어졌었어요.
다만 그 건강을 위해서 실천하는 노력들이 점점 늘어나다 보니, 무시할 수 없는 노력들이 쌓여서 지금의 수준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삶의 질에 영향을 끼칠 정도이긴 한데, 수술할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고, 혹은 너무 이르다는 생각을 하는 환우분들이 분명 있을 것 같은데요, 저의 경험이 앞으로의 치료 방향을 계획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건강하게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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